2014년 9월 7일 일요일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 43조 원 투자했으나 / 71건 MOU 중 계약은 딱 1건

MB 자원외교, 71건 MOU 중 계약은 딱 1건!

[MB의 비용]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①

고기영 한신대 교수 2014.08.19 09:28:08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590
4조5000억 원이 든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는 이명박(MB)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간 재앙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사후 평가는 없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 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이 기획은 추상적인 논쟁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첫 번째 기획이었던 4대강 사업의 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살펴보겠다. 편집자

2013년 10월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석유공사의 해외자원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인수에 대해 날 선 지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는 MB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9월 석유/가스 생산광구와 오일 샌드(oil sand) 광구를 보유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를 40억6500만 캐나다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가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계약 당시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만 4000억 원을 내주는 등 한때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2주 넘게 계속된 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그 동안 감춰졌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MB정부가 그렇게 선전하고 자랑했던 하베스트 인수 사업이 사실은 거대한 부실덩어리라는 것이다. 하베스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9억30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 원)라는 거액을 주고 동반 인수한 정유시설에서 3년간 무려 10억390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어 사실상 투자금을 다 날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3~2017년 사이에 예상되는 영업손실도 무려 4억620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자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비난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도 “성급히 계약을 성사 시키면서 천문학적인 국민혈세 낭비를 초래했다”고 추궁했을 정도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그저 "송구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정감사에서는 하베스트 인수가 사실은 시작부터 불법이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 근거인 '해외자원개발 사업법'과 공사 설립 근거인 '한국석유공사법'을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지식경제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석유공사는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사업을 추진했고 주관부서인 지식경제부는 이를 눈감아 주었거나 부실 검토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베스트 정유시설은 순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공사 내부 지침에 의하면 인수를 추진해서는 안 되지만 석유공사는 내부 지침을 무시하고 인수를 감행했고 게다가 인수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하베스트 인수 사업은 사업 자체가 불법의 소지가 컸으며 내부지침 마저 무시하면서 파행적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게다가 투자 금액이 4조5000억 원이나 달하는 말 그대로 대형프로젝트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히, 그리고 면밀하게 추진되었을 것 같지만 그러나 그 실상은 정반대였다. 

원래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에너지의 광구만을 인수할 생각이었고 인수 예상가격은 24억 캐나다 달러였다. 그런데 공사는 협상 시작 불과 열흘 만에 인수가격을 4억5000만 캐나다 달러나 올리고 이를 하베스트 측이 거절하자 단 하루 만에 원래 계획에도 없던 부실 정유시설(NARL)도 동반 인수하겠다는 수정 제안서를 냈다. 그리고 이마저도 거절당하자 불과 일주일 만에 사실상 항복선언을 하고 하베스트 측이 원하는 조건을 다 받아주었다. 특히 하베스트 정유시설은 캐나다 국영석유회사(Petro-Canada)가 1986년 단돈 1달러에 팔아 치운 정유회사였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심사가 필요했지만 석유공사는 사실상 깡통기업을 인수하면서도 기초적인 정보 확인이나 현장실사도 없었다.

또 석유공사는 메릴린치에서 인수가격 평가보고서가 나온 다음날 하베스트 에너지를 인수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단 5일 만에 졸속으로 작성된 것이었고 게다가 하베스트사의 가치를 무려 3000억 이상 과다하게 평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이런 졸속 보고서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인수를 추진했고 게다가 메릴린치 평가 금액보다도 741억 원 많은 금액에 합의했다. 한 술 더 떠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약 4000억 원까지 챙겨주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하베스트 인수 프로젝트는 퍼줘도 너무 퍼준 M&A였다. 그래서 인수 초기부터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지적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지 언론인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한국 기업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기사화했고 캐나다 일간지 <캘거리 헤럴드>(Calgary Herald)는 ‘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47%의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왜 부실덩어리를 인수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다. 

이런 부실인수, 졸속인수의 결과는 대형 손실로 돌아왔다.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이었던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는 재앙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간 총체적 부실이었다. 

최근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시설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5~7곳의 인수 후보자가 나선 가운데 영국계 석유 메이저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공사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액 대비 약 5.1억~6억 캐나다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베스트 정상화를 위해 투자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고, 매각을 하자니 헐값에 넘기지 않으면 안 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부실 덩어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정유시설 운영 경험도 없는 공기업이 불법 의혹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내부 절차도 무시한 채 추진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터무니없는 가격에 졸속으로 협상을 진행하고도 정부 감시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이 모든 의문의 귀착점에는 MB부의 자원외교가 있다. 석유공사는 단지 MB 자원외교의 집행기관이었을 뿐이었다.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한 것도 MB 정부였으며 사업을 감시해야 할 주체도 MB정부였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MB정부의 자원외교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것은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끼쳤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외교의 중요성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외교의 중요성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II 소리만 요란했던 MB 자원외교

MB정부는 해외자원외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부 말대로라면 상당수 해외 자원은 대한민국이 확보했어야 했다. 그러나 앞장의 하베스트 사례에서 보듯, MB정부의 자원외교는 부실덩어리였고 대실패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MB정부의 자원외교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장에서는 MB자원외교의 실상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정권 실세들이 주도한 정치적 이벤트

자원 외교는 MB정부 외교의 대표 브랜드였다. MB정부는 출범 초부터 자원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원 외교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설정했고, 해외 자원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한승수 초대 국무총리를 '자원 외교 총리'라 명명했을 정도였다.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등 정권 핵심인사가 뛰었다. 특히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이 도드라졌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2009년 8월 볼리비아 리튬 확보를 위한 남미 출장을 시작으로 모두 12개국을 방문했으며 23차례나 각국 정상들과 만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책 <자원을 경영하라>(김영사 펴냄)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기도 하고 때론 퉁퉁 부은 발에 침을 맞아가며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썼다.

이 의원의 주 무대가 남미였다면, 박 차관은 아프리카였다. 박 차관은 2009년 8월부터 아프리카 가나‧콩고‧남아프리카‧탄자니아‧카메룬 등을 두루 방문했다. 덕택에 그는 총리실 안팎에서 ‘미스터 아프리카’로 불리기도 했다. 

해외 자원 개발 실무는 공기업 사장들이 맡았다.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등이다.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MB정부 자원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외교통상부(현 외교부)는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맡았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에너지자원담당 대사직을 신설하고, 2008년 73개 재외공관을 에너지 거점 공관으로 지정했다. 현지 전문 인사를 에너지 보좌관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권 실세가 총동원되어 자원외교에 나섰지만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각종 의혹을 낳았다. 이상득 전 의원이 추진했던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볼리비아 정부의 리튬 산업화 국유화 방침으로 실패로 끝났다. 나미비아의 우라늄 공동 개발은 이미 사업이 종료됐다. 박영준 전 차관이 지원했던 사업도 대부분 중단 상태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은 개발업체인 CNK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 사업의 주역인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와 오덕균 CNK대표는 주가 조작을 통해 수억에서 수백억 원의 차익을 올렸다. 

2. 변죽만 울린 MB자원외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조 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MB정부는 이를 두고 패키지(package)형 자원개발 사업의 첫 결실이라고 치켜세웠다(서울경제 2013. 10.14). 

그런데 이후 탐사과정에 3억3000만 달러나 투입하여 4개 광구를 시추했지만 상업적으로 유효한 유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루에 15~20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던 바지안(Bazian)광구는 탐사시추 결과 하루 200배럴에 불과했고, 추정매장량 7억9000만 배럴의 상가우 노쓰(Sangaw North) 광구는 물과 천연가스가 조금 발견되었을 뿐이다. 애초 석유공사가 72억 배럴로 발표한 전체 원유 매장량도 감사원 결과 20억 배럴에 불과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2개 광구의 지분 전부와 1개 광구의 지분 절반을 반납했고 계약변경 대가로 1억 달러를 쿠르드 지방정부에 지급해야 했다. 

다른 사례를 보자. 2010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하고 리튬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언론은 앞 다퉈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확보’ 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KBS는 <9시 뉴스>에 특집까지 편성해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 리튬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코리아가 먼저 따냈다'며 대서특필했다(시사in live 2011.11.1). 볼리비아 리튬 자원은 곧 확보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MOU는 구속성이 없는 일반적인 내용에 불과했다. 언론이 리튬을 당장 확보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얘기였다.1) 그리고 정작 협상 상대국인 볼리비아는 시간을 끌면서 댐이나 병원 등 사회간접자본을 공짜로 얻어낼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시사in live, 2012. 7. 16 ).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환상은 곧 깨졌다. 2010년 11월에 볼리비아 정부가 돌연 리튬 채굴권을 외국에 팔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MB정부의 리튬 확보 사업은 종언을 고했다. 그럼에도 그 후로도 MB정부는 리튬 자원확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2) 그러나 볼리비아는 현재까지도 리튬 자원에 대해서 외국자본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한승수 전 총리는 2008년 5월에 우즈베키스탄과 침칼타사이 중석광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1년 뒤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 중 우즈베키스탄을 찾으면서 지원했다. 정부는 '한‧우즈베키스탄 신 실크로드 구축'이라는 거창한 표현까지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광물 자원 매장량 부족 판정을 받으며 허무하게 종료되었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예를 들면 우즈베키스탄 알마릭 사와 협약한 광산 개발 건도 역시 총리와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서 MOU를 체결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사업이 종료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맺은 카자흐스탄 동광 사업 MOU도 상대방인 카작무스社가 자체 개발로 방침을 바꾸면서 허무하게 종결되었다.

▲ 후안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2010년 8월 25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간담회 당시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이름을 말하며 밝게 웃고 있다. 이 의원은 자원외교를 위해 볼리비아를 수차례 방문했었다 ⓒ연합뉴스
▲ 후안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2010년 8월 25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간담회 당시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이름을 말하며 밝게 웃고 있다. 이 의원은 자원외교를 위해 볼리비아를 수차례 방문했었다 ⓒ연합뉴스
3. 71건의 MOU중 본 계약은 단 1건

MB 자원외교가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체결된 총 71건의 해외 자원개발 MOU 가운데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1 건에 불과하다. (문화일보 2013.5.24). 이는 해외 자원외교의 중심에 섰던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를 봐도 확인된다. 2008년과2012년 사이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 특사 등이 추진하여 맺은 자원개발 양해각서(MOU)는 모두 35건에 달했지만3), 계약체결로 이어진 사례는 단 2건에 그쳤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 보도자료 2013.10). 이 2건도 자원개발과는 거리가 먼, 기존 광산에 대한 지분투자에 지나지 않았다.4)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성과로 볼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자립도(자주개발률)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자주개발률은 MB정부를 거치며 대폭 높아졌다. 석유‧가스의 경우 2008년 5.7%에서 2011년 13.7%로, 광물은 같은 기간 23.1%에서 29.0%로 각각 상승했다(한국일보 2013.5.2).  

그러나 이 수치를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MB정부는 자원 외교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자주개발률이나 수익성 지표를 임의로 변경해 실적을 실제보다 부풀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주개발률의 경우, 이전에는 일본과 같은 기준(연간 생산량/ 365일)이 적용됐으나 MB정부 이후에는 365일에서 공휴일을 뺀 '실제 조업일'로 바꾸는 방법으로 해당 수치를 높게 만들었다. 

한편 MB정부는 형식적으로만 자주개발률 수치 등 외형적으로 보이는 자원외교 성과를 포장하는 데는 열심이었으나 정작 비상시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자원 물량을 확보하진 못했다(감사원 감사결과, 한국일보 2013.5.2). 그 단적인 예로 우라늄, 아연, 니켈, 철광석, 동, 유연탄 등 6대 전략 광종 중 MB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의 목적으로 그렇게 내세웠던 자주개발률 목표를 제대로 달성한 광물은 유연탄 단 1건에 불과했다 (Chosun Biz, 2013.10.31.).

이런 결과들은 MB정부의 주요 성과로 홍보했던 자원 외교가 얼마나 취약한 수준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MOU를 체결할 때는 당장 자원 도입이 될 것처럼 요란하게 홍보했지만 정작 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MB자원 외교는 변죽만 요란히 울린 대국민 정치 이벤트였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원전쟁에 뒤늦게나마 관심을 갖고 합류하게 된 건 MB 정부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자원 개발이 '정권 치적 쌓기'로 변질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성공률도 낮은 상황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과잉 홍보했다.  MB자원외교는 해외 자원 부국을 상대로 자원 세일즈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국민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한 것이었다.

1) 실제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볼리비아의 경우 리튬 품위 가 낮고 관련 인프라가 거의 없어 경제성 확보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칠레아르헨티나 등 기존 생산국 시장 개척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다(시사 in live 2010.11,1).
2) 2012년 이후 MB정부는 리튬 소재 양극재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12년 8일 광물자원공사 컨소시업과 포스코가 볼리비아 국영기업 코미볼과 리튬양극재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코미볼 50%, 포스코 26%, 광물공사 컨소시엄 24% 지분 보유). 이 사업의 목적은 양극재 사업이 아니라 이를 통해 리튬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3) 대통령 21건, 총리3건, 특사 11건이다.
4) 페루 페로밤바 철광(공사지분 7.1%), 남아공 잔드콥스 REE 희토류 사업(공사지분 10%).

MB정부, 자원외교에 43조 원 투자했으나…

[MB의 비용]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②

고기영 한신대 교수 2014.08.22 09:36:58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679
4조5000억 원이 든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는 이명박(MB)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간 재앙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사후 평가는 없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 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이 기획은 추상적인 논쟁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첫 번째 기획이었던 4대강 사업의 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살펴보겠다. 편집자
 



Ⅰ 국민에게 빚만 남긴 자원외교

MB 자원외교는 실속 없는 대국민 정치 이벤트였고 대부분 부실덩어리였다. 그러나 자원외교가 단지 정치 이벤트, 대국민 홍보용으로만 끝난 것은 아니다.

MB 정권은 집권 5년 동안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무려 43조 원을 투자했다.1)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의 2배에 육박하는 자금을 썼다. 1977년부터 우리나라가 추진한 해외 자원 개발 총 투자 금액의 75%가 MB 정권 때 집중됐다. 그 정도로 MB 정권은 해외 자원 확보에 큰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결실을 보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MB 자원외교는 국가의 부를 흥청망청 쓰고 국민에 엄청난 빚만 남긴 사건이기도 했다. MB 자원외교 사례를 통해 그 실태를 살펴보기로 하자. 

1. 석유공사, 캐나다 하베스트社 인수 : 1조5775억 원~2조2675억 원 손실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이하 하베스트) 인수 프로젝트는 MB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으로, 정부가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선,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었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하베스트 에너지는 매장량 2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광구와 10억 배럴 규모의 오일 샌드(oil sand) 광구를 보유한 회사로 2009년 9월 22일 한국석유공사가 생산광구와 정유시설을 합쳐 무려 40억6500만 캐나다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표 3-1).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이제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재앙'이 됐다. 이 재앙은 캐나다 하베스트의 생산광구 인수 시 자회사인 부실 정유시설(NARL)을 9억30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320억 원)에 동반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하베스트의 정유시설은 1973년 완공된 이후로 가동중단, 화재 등을 거듭해 온 문제의 시설로 캐나다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 캐나다(Petro-Canada) 사가 1986년에 단돈 1달러에 팔아 치운 정유시설이었다(<중부일보> 2013.10.25 ). 과거 매매기록만 살펴봐도 한눈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이런 시설을 인수한 데서 이미 재앙은 싹트고 있었다. 

이 정유시설은 석유공사 인수 이후에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화재와 고장, 보수 등으로 매년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그 결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유시설만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영업손실 3억8000만 캐나다 달러2), 자산가치 감소 5억6300만 캐나다 달러, 이자비용3) 9600만 캐나다 달러 등, 총 10억3900만 캐나다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보도자료. 2013.10.23). 정유시설 매입가가 9억3000만 캐나다 달러임을 생각하면 이미 투자액 전부를 탕진한 셈이다. 

전망도 어둡다. 2013년~2017년간 하베스트 정유시설에서 발생할 영업손실은 무려 4억620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보도자료. 2013.10.23). 게다가 이 손실은 정유시설(NARL)에서 발생할 손실만을 계산한 것이고 그중에서도 영업손실만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손실규모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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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트社는 애초부터 부실기업 

하베스트 인수사업은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프로젝트였다. 먼저, 인수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베스트는 2009년 상반기에 2341억 원의 손실을 내고 있었으며 부채 규모가 상반기 매출액(1조450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많은 부실기업이었다(<머니투데이> 2009.10.29.). 

그래서 인수 초기부터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지적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지 언론인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2009년 10월21일자 기사에서 “한국 기업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기사화하고 캐나다 일간지 캘거리 헤럴드(Calgary Herald)는 ‘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47%의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왜 부실덩어리를 인수했는지 모르겠다”고 기사화했을 정도였다.

특히 하류 부문인 정유시설 공장은 보기만 해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입지(캐나다 동부 섬에 위치)‧규모 측면에서 볼 때 내륙에 위치한 다른 정유공장에 비해 경쟁력도 떨어졌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또한 하베스트 광구에서 생산되는 저질의 원유도 문제였다. 이런 원유가 국내 유가 안정이라는 인수 목적에 적합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게다가 인수할 경우 자금이 얼마가 더 추가 투입되어야 할지도 불투명했다. <캘거리 해럴드>(Calgary Herald)와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 등과 같은 캐나다 현지 언론은 하베스트 인수 후에도 대규모의 자본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의 석유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억500만 캐나다 달러가 필요한데 현금 보유는 1억7000만 캐나다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머니투데이> 2009.10.29.).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캐나다 증시에서 거래되던 가격보다 47%를 더 줬고 부채 22억 캐나다 달러도 떠안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는 것도 모자라 부채까지 떠안은 것이다.  한 언론은 “너무 퍼준 해외 M&A”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머니투데이> 2009.10.29). 

졸속으로 진행된 인수 과정

하베스트 인수 과정은 한마디로 졸속이었다. 석유공사는 2009년 9월 생산광구만을 인수할 목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협상을 개시했다. 최초 인수제안 가격은 24억 캐나다 달러였다. 그런데 제안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공사는 인수 가격을 무려 4억5000만 달러나 높인 28.5억 달러로 올려 수정 제안하는데 이를 하베스트 이사회는 거절한다. 그러자 공사는 단 하루 만에 정유시설(NARL)도 동반 인수하겠다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절당하자 석유공사는 불과 일주일 만에 사실상 하베스트 측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받아주고 계약서에 서명한다(표 3-2).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는 부실덩어리인 정유시설을 떠안았을 뿐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약 4000억 원)까지 챙겨주어야 했다. 4조 원이 넘는 대형 인수사업을 추진하면서 상대방이 제안을 거절한다고 불과 하루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드는 수정제안을 하는 것도 모자라 프리미엄까지 주었다. 

ⓒ고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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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만에 이루어진 부실 경제성평가

협상 가격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 평가도 엉망이었다. 애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상류부문(upstream) 즉, 원유의 탐사와 생산을 전담하는 생산광구 부문만을 인수할 계획이었다.4) 그런데 협상과정에서 하류부문(downstream)인 정유시설까지 인수하게 되면서 부랴부랴 하류부문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메릴린치에 의뢰하였다. 

그런데 메릴린치 보고서는 의뢰받은 후 단 5일 작업하여 나온 부실한 것이었다.5) 게다가 하베스트의 실제 설비 이용률이 73.9%에 불과함에도 설비를 단 한 번도 정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여 91.8%로 과대 산정하는 등 하베스트의 가치를 무려 3086억 원이나 과다하게 평가한 것이었다.6)

석유공사는 정유시설을 운용한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히 검토 작업을 수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부실하게 이루어진 메릴린치의 경제성 평가에 대해 아무런 검증도 자체 현장 실사도 없이 그것도 메릴린치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인수를 감행했다(김한표 새누리당 의원 보도자료 2013.10).  한술 더 떠서 석유공사는 인수 협상과정에서 메릴린치 평가 금액(4조44217억 원) 보다도 741억 원 많은 금액에 합의하였다. 

법과 내부지침, 절차를 무시

석유공사의 사업범위를 규정한 ‘한국석유공사법’과 ‘해외개발 사업법’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석유자원의 탐사 및 개발’을 하는 기관으로 정유 사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석유공사가 정유시설을 인수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있었다.7) 또한, 하베스트 정유시설은 순 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공사 내부 지침에 의하면 공사는 이 시설의 인수를 추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현행법도 무시하고 내부지침까지 어겨가며 인수를 추진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문제소지가 많은 사업이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신중하고 면밀한 계산을 통해 사업을 진행했어야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단 1회의 자체 현장 실사도 없이 확인도 안 된 평가 자료에 근거해 자산 가치를 판단하고, 게다가 상대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올려 주는 부실한 협상을 거쳐 부실덩어리 정유시설을 1조 원이나 주고 매입했다. 

원래 하베스트사 인수는 이런 문제도 있고 해서 이사회 사후승인을 조건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인수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았다. 

진퇴양난에 빠진 하베스트 사업

이미 언급했듯이 하베스트 사업은 2013년~2017년 동안 무려 4억6200만 캐나다 달러(약 5313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하베스트 매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매각하면 손실이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보고자료를 보면, 하베스트 전체(생산광구+정유시설)를 매각할 경우, 석유공사에 10억 캐나다 달러(약 1조 원)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외 전문회사(Purvin&Gertz) 진단 결과8)에 따르면, 정유시설(NARL)을 매각할 경우 매각 가치는 2.48억~3.29억 캐나다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정유시설 인수금액이 9.3억 캐나다 달러였으므로 인수금액 대비 약 5.1억~6억 캐나다 달러(약 5865억 원~6900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매각하는 경우 손실이 더 커진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현재 석유공사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하베스트 정상화를 위해 투자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고, 매각하자니 헐값에 넘기지 않고선 살 사람이 없다. 운영을 지속하는 것도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최대 프로젝트였던 하베스트 사업은 사실상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고위직 중 책임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9)

인수에 따른 손실은 얼마나 될까? : 1조5775억 원~2조2675억 원

그러면 하베스트 인수사업은 우리 국민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를 끼친 것일까? 우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손실 10억39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1948억 원)가 있다. 이는 확정된 손실이다. 둘째, 보이지 않는 손실이 있다. 인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메릴린치의 평가보고서대로 과대 지급된 3086억 원과 졸속협상에서 과대 지급된 741억 원, 합계 3827억 원의 손실이 있다. 이 손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정상적으로 협상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비용이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손실규모는 1조 5775억 원에 이른다.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계속 운영하면 2017까지 약 5313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고 매각할 경우에는 약 5865억 원~6900억 원의 손실이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정을 근거로 하면 손실규모는 계속 영업을 할 경우 2조1088억 원, 매각을 추진할 경우 2조1640억 원~2조2675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 한국석유공사의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 4700억~1조2915억 원 손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조 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원유매장량 72억 배럴, 21억 달러 규모의 사회간접 자본(SOC) 공사를 수주했다고 자랑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까지 했다(<에너지경제> 2011.9.19.)

그런데 이후 탐사과정에 3억3008만 달러나 투입하여10) 5개 광구 중 4곳을 시추했지만 상업적으로 유효한 유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5개 광구 중 애초 총 매장량 12억5300만 배럴로 하루에 15~20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던 바지안(Bazian)광구는 탐사시추 결과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하루 200배럴에 불과했고, 추정매장량 7억9000만 배럴의 상가우 노쓰(Sangaw North) 광구의 경우는 물과 천연가스가 조금 발견되었을 뿐이다(<에너지경제> 2011.9.19.)

원유 매장량도 애초 주장과는 아주 달랐다. 석유공사는 2008년에 계약을 체결한 광구의 기대 매장량을 72억 배럴로 발표했지만 감사원 감사 시 공사가 제출한 수치는 20억 배럴에 불과 했다(감사원, ‘해외자원개발 및 도입 실태’, 2013). 실제로 매장량 3억3300만 배럴로 산정했던 바지안(Bazian) 광구의 경우 광구 면적의 최댓값을 임의로 늘리는 방식으로 기대매장량이 4억4400만 배럴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결국 2012년 9월에 석유공사는 5개 광구 중 2개 광구(광구쿠쉬타파 Qush tappa와 상가우 노스 Sangaw North)의 지분 전부와 1개 광구(상가우 사우스 Sangaw South) 지분 절반을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는 계약변경(사업축소)의 대가로 1억 달러를 쿠르드 지방정부(KRG)에 지급해야 했다. 

석유공사는 애초 쿠르드 지방정부 측과 유전개발 계약을 맺으면서 19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을 연계하기로 MOU를 체결하였다. 이는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탐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SOC 건설을 추진한다는 불리한 계약이었다. 실제로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원유탐사에 성공할 경우에만 원유의 일정비율을 SOC 건설비용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역시 문제가 생겼다. 건설사업을 맡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불참했기 때문이다.10) SOC 건설은 이행되지 않았고 쿠르드 지방정부는 SOC 건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SOC 건설을 이행할 수 없었던 석유공사는 계약을 변경해야 했다. 당시 쿠르드 지방정부는 SOC 19억 달러를 SOC 7억 달러와 현금 12억 달러 배상으로 계약을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에너지경제> 2011.9.19). 결국 석유공사는 19억 달러 규모의 SOC 건설 의무를 면책받는 대신에 11억75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11) 졸속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속 불이행에 따른 비용을 치른 것이다 

석유공사는 이 비용에 대해 탐사 실패 시 보상받기로 한 원유 6500만 배럴로 벌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보상 원유를 조기에 확보해도 최소한 1800만 달러를 손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해외자원개발 및 도입 실태 2013).13) 게다가 쿠르드 정부는 보장원유 6500만 배럴 대신에 생산광구 2개와 교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환 대상인 2개 광구는 석유공사 지분이 2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 요구대로 된다면 손해는 약 8000만 달러로 커진다.14)

한편, 보이지 않는 손실도 있다. 애초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이라크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라크 중앙정부는 한국의 유전개발 진출에 갖은 훼방을 놓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1년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개발 사업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등록에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에너지경제> 2011.9.19). 아직도 석유공사가 이라크 중앙정부와 관계개선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는 앞으로 이라크 관련 사업에 먹구름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 점이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의 가장 큰 손실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던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2014년 현재 쿠르드 유전 개발에서 얻은 성과는 없다.15)

그럼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얼마나 손실을 본 것일까? 우선, 계약변경(사업축소)의 대가로 쿠르드 지방정부에 지급한 1억 달러의 손실이 있다. 둘째, 탐사과정에 들어간 3억3008만 달러도 현재로선 손실이다. 아직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계약 변경에 따른 위약금으로 지급한 11억7500만 달러가 있는데 이것이 최종적으로 얼마의 손실로 귀결할지는 보상받는 방법에 따라 다르다. 이 위약금을 원유로 보상받는다면 최소 18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지만 이라크 지방정부 요구대로 2개 광구로 보상받게 된다면 그 손실은 약 8억 달러로 커진다. 이를 합산하여 정리하면 쿠르드 유전 개발로 인한 손실은 최소 4억4808만 달러(약 4700억 원)에서 최대 12억3008만 달러(약 1조2915억 원)가 된다.16)

1)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시사저널 2013.11.13).
2) 감사원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영업손실액을 3억 2800만 캐나다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 2013년5월. P111)
3) 생산광구에서 보전해주는 3년간 NARL 이자비용이다.
4)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메릴린치에 경제성 평가를 의뢰한 상태였다.
5) 메릴린치는 2009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불과 5일 만에 경제성 평가를 완료했다.
6) 메릴린치는 하베스트 에너지의 경제성 평가를 수행하면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의 하베스트 에너지의 실제 설비이용율이 73.9%에 불과함에도 설비를 단 한 번도 정지 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여 산정한 예측 설비이용율(91.8%)을 반영했고,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를 비용으로 반영하지 않는 등, 3,086억원상당을 과다평가 했다(김한표 의원 보도자료).
7) 이에 대해 석유공사 사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관련법 상 “에너지 및 자원 관련 사업 법인에 대한 투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고 항변하였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8) Purvin & Gertz 사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3월에 걸쳐 진단한 평가임.
9) 하베스트 측과 협상을 조율했던 부사장은 책임을 면책 받았고, 업무담당자만 ‘정직’처리하라는 가벼운 문책요구가 있었음에도 이마저도 불응하고 담당자를 감봉 1개월에 처하는데 그쳤다.
10) 서명보너스 2억 1140만 달러 + 탐사비 1억 1868만 달러, 계 3억 3008만 달러, 약 4000억원(에너지경제 2011.9.19).
11) 자금조달을 이유로 댔지만 진짜 이유는 수익성이었다고 보인다.
12) 이 양해각서에 쿠르드 정부가 요청한 현금 배상 외에 7억달러의 SOC 건설도 포함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이 양해각서에 쿠르드 정부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면 현금 배상 외에 7억 달러의 SOC 건설이 포함되게 되고 그러면 7억달러의 건설비용은 석유공사 측의 비용으로 남는다.
13) 쿠르드 정부는 보장원유 6500만 배럴 대신에 생산광구 2개와 교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환 대상인 2개 광구는 석유공사 지분이 2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14) 공사 주장대로라면 원유 6,500만 배럴은 현금 11억 7500만 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 원유로 현금 배상을 벌충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라크 지방 정부가 6500만 배럴의 원유 배상 대신 2000만 배럴의 가치를 갖는 광구 2개로 배상한다면 2개 광구의 가치는 11억 7500만 달러의 약 1/3, 즉 약 4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2개 광구로 배상받는 경우 석유공사는 약 8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된다. 
15) 최근 하울러(Hawler) 광구에서 원유가 발견돼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전체 매장량이 파악되지 않은 데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되었다(문화일보 2013.05.24)
16) 최소손실액은 1억+3억3,008만+1800만 달러=4억4,808억 달러=약 4,700억억원. 최대 손실액은 1억+3억3,008만+8억 달러=12억3,008억 달러=약 1조 2,915억원.

MB의 비용 기획시리즈

고기영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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